새들이 살고있는 이 섬엔 한 여자가 살았습니다. 이 여자는 낙동강이 안겨준 선물을 터전삼아 강에 반쯤, 바다에 반쯤 몸을 맡기고 사는 여자입니다.
이 여자가 살아가는 곳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河口)입니다. 섬아닌 섬이 이 여자의 거처입니다. 이 여자의 이름은 '을숙(乙淑)' 입니다. 그래서 을숙도가 그녀의 집입니다.
여자의 섬 바로 위에는 지금은 사라진 남자의 섬이 있었습니다. 갈대와 경작지가 함께있던 모래섬이었습니다. 그 이름은 일웅(日雄)입니다. 그래서 그 섬이름도 일웅도입니다.
"처녀 을숙이와 총각 일웅이라. 좋은 인연이 되겠네. 결혼시켜 버리자!"
사람들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던 을숙이와 일웅이를 강제로 결혼시켜 버립니다. 결혼식이 있던날 을숙이와 일웅이는 발버둥칠 겨를도 없이 하염없이 울면서 결혼을 했습니다.
평생 낙동강과 바다와 새들과 그속에서 터전을 일구는 사람들과 살겠다는 을숙이와 일웅이의 소박한 꿈은 사람들의 강제결혼으로 깨어지고 맙니다.
포크레인이 결혼식 길을 낸다고 마구 파헤칩니다. 불도저가 신접살림집을 만들어 주겠다고 뒤따릅니다. 이렇게 해서 남자와 여자가 살고 있던 두 섬은 마침내 맞붙어 버립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들을 보려고 산업도로를 만들어 버립니다.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아예 하구둑까지 만들어 버립니다. 을숙이와 일웅이가 살던 섬은 하나로 붙어 버리고 그들이 자맥질하던 낙동강 하구엔 거대한 둑이 생겨 두 사람의 터전은 위협받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잘못된 만남으로 일웅도는 사라져 버립니다. 사람들은 한 살림이 좋다고 그렇게 해버렸습니다. 몸집이 불어난 을숙이가 살고있던 을숙도엔 이번엔 사람들이 콘크리트로 호안 방호벽을 만들어 버립니다.
도로가 뚫리고 사람들이 자꾸 들어오면서 일웅이와 결혼한 을숙이는 살곳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을숙이는 어딘가로 떠났습니다. 다만 영혼만이 그곳에 남아 바람이 불때면 '을숙을숙' 울면서 옛날 터전을 그리워 합니다.
하지만, '을숙을숙' 울던 을숙이의 슬픈 노래도 거대한 을숙도대교위를 씽씽 달리는 차들의 경적소리에 파묻혀 이제는 거의 들리지도 않습니다.
오늘도 그 가녀린 여자의 노랫소리는 새들의 울음소리에 파묻혀 작게 들립니다. 여자의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한번 들어 보세요. 을숙이와 일웅이의 슬픈 사연 그곳에 가면 들린답니다. 그곳을 한번 찾아가 보세요. 오늘도 을숙도는 이들의 아픈 사연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습니다. 또 그들이 살아가던 터전인 낙동강 일대는 공사소리만이 우렁찹니다.
Posted by 세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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